음모론자들이 음모론을 확산하는 방식
절대 '악'을 상정한다.
-
사실에 기반하여 이를 주장한다. 음모론자들이 사실에 기반하여 주장한다니...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현재 세상을 떠들석하게 하는 모든 뉴스들을 가져와 누구보다 재빠르게 분석하고 공유하고 해석한다. 문제는 기승전 음모론이라는것. 모든 일은 그 '악'이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벌인 것이다.
-
세상의 모든 일을 이렇게 해석하고 연결시키기에, 그들의 세계관은 끊임없이 확장된다. 결국 그들만이 세상의 '진실'을 유일하게 이해하고 있는 존재이자 집단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리석기에 교정해줘야할 대상이거나, 악에 사로잡혀 앞잡이 노릇을 하는 없애야 할 적들이다.
-
문제는 그 '악'의 실체가 없다는 점. 실체가 없기에 음모론이 아님을 반박하기 어렵다.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논하려면 실체가 있어야 한다. 쉐도우 복싱만 하는 사람을 이기는건 불가능하다.
-
그나마 함께 얘기해볼 수 있는 지점은 앞서 언급한 그 '악'으로 비롯되었다던 특정 사건에 대해서다. 그 사건은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
하지만 그들이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하도록 설득하는 것과, 그들 주장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그 '사실'이 사실일지라도, 이는 그들에게 그 일의 일부 또는 겉으로 보이는 이유일 뿐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 일이 일어난 근원에는 그 악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
물론 음모론자 주장 중에서도 증거로 반박해볼 수 있는 케이스가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윤석열이 탄핵되면 미군을 철수한다고 했다더라' 하는 식의 주장이다. 이는 주장을 했는지 안했는지만 논하면 되기에, 주장하는 측에서 영상을 보여주기만 하면 쉽게 해결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음모론 지지자들은 1차 출처가 아닌 그들이 신봉하는 특정인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고 있어, 정작 본인들도 이를 직접 본적은 없다는 점. 그래서 얘기는 거기서 맴돌게되고... 그 사이에 또 다른 음모론이 이 논의를 삼켜버린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 노력해서 하나의 사건에 대해 설득을 성공했다고 해보자. 하지만 음모론에는 무수히 많은 사건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기에 여전히 이를 지탱하고 있는 나머지 99개의 사건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수는 하루하루 계속해서 증폭해나가기에, 반박하는 속도는 추가되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
사회 지배계급을 혐오하고 사회체제를 불신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사람의 자료를 들이대도 이는 조작된 증거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보이는 행태 중 굉장히 아이러니한 점은 반대로 그들 주장 곳곳에 그들편에 사회 지배계급과 엘리트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연단에 올라오는 사람들은 전직 장관, 어디 대학 교수들이다. 특히 그 대단한 미국에서 유학하거나 활동하는 사람이면 더 좋다. 정작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로 전광훈의 발언을 실시간 통역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음모론과 연결시킬만한 세상이 떠들썩한 사건을 가져올 때는 메이저 언론사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