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사회: 한승태 작가의 <어떤 동사의 멸종>
AI가 사라지게할 가능성이 높은 4개의 직업(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주방, 빌딩 청소)에 더해 본업인 작가의 일 까지. 작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일들의 기록했다. 단순히 책을 쓰기 위해서 며칠 일한게 아닌 본인 생계를 위해서 일한 것이기도 하기에 짧다면 짧은 각 3개월 내외의 경험이지만 그 깊이는 얕지 않다.
책 곳곳에 작가 특유의 비유법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어떻게 보면 슬픈 일상의 이야기임에도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될 뿐만 아니라 그 낯선 일상을 영화보듯 느껴지게 해준다. 그가 말하듯, '서로가 서로에게 상관있게' 만들어 준다. 곧 사라질 직업에 대한 기록이 마냥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게 말이다.
다음은 파트별로 기억에 남는 문장들.
""오늘날 사람들은 묻는다.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인가?' '어떤 직업들이 나타날 것인가?' '직업이 사라진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될것인가?' 콜센터를 떠날 때는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더하고 싶어졌다. '어떤 직업들은 사라지는 게 나은가?' 급여도 적고 처우도 열악하고 이렇다 할 만족감도 주지 않는 일이라면, 운영 상태가 엉망인 기업을 도산 처리하는 게 나은 경우가 있듯이 직업도 그렇게 정리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까? 나는 콜센터를 떠올리며 그렇다고, 이런 일자리는 그냥 사라지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상이 현실이 된 광경을 보니 그것이 얼마나 철없는 생각인지 깨달았다. 없어져도 상관없는 것에, 없어지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잇는 무언가 때문에, 사람들이 영하의 길거리에서 그것을 돌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을 리 없었다.""
""사람들은 흔히 몸으로 하는 일과 머리로 하는 일을 구분하곤 한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까대기(물류창고에서 일하는 것)는 몸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몸으로 하는 일은 이삿짐을 나르거나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거다. 까대기는 남은 수명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일이다. 자신의 육체 안에 품고 있던 생명력을 레몬즙 짜듯이 쥐어짜 내서 그 대가로 먹고사는 일이다. 그렇게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게는 영화 일을 하는 친구가 있다. ... 나는 막연히 이들이 이 업계에서의 경력을 부끄러워하고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다들 쉬쉬하며 숨기고 싶어 할 거라고 말이다.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사람들이 봐주기만 한다면, 보고서 즐거워한다는 확신만 든다면 그들은 더 적은 돈, 더 긴 시간도 얼마든지 감내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고는 철저히 낭비되어 버렸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누구에게도 가 닿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들의 노력이 이 세상 어디로도, 어느 누구에게도 연결되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다는 사실 때문에 가장 괴로워했다.""
""어쩌면 내가 청소부의 직업적 자부심과 만족감을 목격하고 경험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인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얼마나 높은 생산성을 약속하든, 일상의 소득 활동에서 유리를 닦거나 카펫을 청소할 때조차 얻을 수 있었던 성취감을 찾을 수 없게 된다면 인류의 근본을 흔들어놓는 위기는 여전히 끝난 게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이 쓰는 글이 양상은 다를지언정 어떤 벽을 드러내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벽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은 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고 무엇보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글로 세상을 상관 있게 만들고 싶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공격적이 단어가 바로 '상관없어' 라고 믿었다. 칼이나 총은 사람을 죽이지만 '나랑 상관없어'는 관계를 죽이고 환경을 죽이고 세상을 죽인다고 믿었다. 그는 사람과 닭이 서로 상관있게 되기를, 사란과 돼지도 서로 상관있게 되기를, 고시생과 선원이 서로 상관있게 되기를, 사장과 직원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인간과 자연이 서로 상관있게 돠기를 바랐다. 그는 서로가 서로에게 상관있게 만드는 글을 쓰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