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육부에서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보편교육부터 영재·전문교육까지, 학교·대학·기업·지역·인프라·법제도까지. 말 그대로 종합 계획이다.
수많은 정책은 있으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이들이 얘기하는 “AI 시대의 인재”는 뭘까? 이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을 무엇으로 정의했을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 AI 시대의 인재는 무엇인가?
- 보편교육과 영재·엘리트 교육에서 AI의 인재상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AI 역량은 어떻게 변하는가? 교육의 목적과 방식은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 지금처럼 가르치고 평가할 수 있는가?
- 교육에서 AI를 적극적으로 써야 하는 영역과, 쓰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영역은 어디인가?
-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많은 정책 중 무엇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다시 한 번 주요 정책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나열한 장관의 모습에서 이에 대한 고민이 없었음이 드러났다.
2., 여느 때와 같이 더하기만 있다.
개별 학교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일이 뭘까. 무엇을 새롭게 시도하는 거? 아니, 기존에 하던 것을 하지 않는 것일테다.
물론 쉽지 않다. 학교와 학부모뿐만 아니라 대학과 교수, 일자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를 없애거나 경계를 넓혀주는 역할은 오직 국가에서만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근본적 고민이 없으니 애초에 AI 시대 새로운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기존 교육 중 어떤 것을 바꾸거나 비워낼지에 대해 얘기할 수 없고,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그것이 정책으로 추진될 동력을 얻지 못한다.
그저 교육부 과별로 운영하던 기존 정책에 AI라는 키워드를 껴얹고, 규모를 확대하고, 새로 선정하고, 세대별로 쪼개고 나열하는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
- 문제는 이 AI와 교육의 문제가 몇 년 후 미래의 문제가 아닌 지금 교육 현장의 문제라는 것이다. 대학생은 물론이고 초중등 아이들 대부분이 이미 전 세계 어떤 아이들보다 더 자주 ChatGPT를 쓰고 있고, 교사와 교수들은 이 상황에서 무엇을 교육하고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자연어 처리와 챗GPT’ 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명문대 교수조차 기존 평가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여 사실상 대규모 부정행위를 유도한 것을 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아직도 수능이라는 문을 통과하기 위해 대부분 필요없어질 지식을 공부하고 현실을 소비하고 있다. 필요 없을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말이다.
새로운 논의와 새로운 교육이 필요할 때다.
논외 1. 이번 정책 보도자려에서 AI 중점학교라는 곳이 이미 전국에 730개교나 있다는 걸 알게됐다. 도대체 여기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원칙 아래에서, 어떤 수업과 과제를 설계하고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또 짐을 더하고 있을까.
논외2. 최교빈 교육부 장관이 좋은 사람이고 좋은 교육을 지향하시는 분이란건 알 것 같다. 하지만 AI교육은 물론이고, 이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와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 번의 낙마로 인해 찾은 대체자이긴 하지만 적절한 인사였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득 교육부 장관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차라리 교육부를 두 개로 쪼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