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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Hangi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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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다
Photo by nataliarodman on Pixabay
AI & Society·Mar 13, 2025

AI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다

AI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다. 사고를 외주화하도록 유도하는 인류 역사상 첫 지성체이며, 교육 현장에서의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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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교육 1: AI는 정말 뉴트럴한가?

'AI는 뉴트럴한 도구일 뿐, 이를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달렸다' 살만 칸을 포함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미 위 표현은 문제를 담고 있다. 도구는 뉴트럴하지 않은 '인간'에 의해 사용된다. 어떠한 도구냐에 따라 우리 속에 내재된 생물학적 편향과 사회문화적 경향성을 끄집어내거나 증폭시키는게 자연스러울 수도, 아니면 잠재우는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내겐 이러한 주장이 너무나 무책임한 얘기처럼 들린다.

우리는 지식을 찾고 선택하고 종합하고 습득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자연스럽게 확장하고 훈련한다. 이전에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필요한 책 목록을 뽑아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고, 읽다가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고 종합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아니면 이를 잘 알만한 사람을 수소문해 찾아가 대화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인터넷이 나오면서 지식에 대한 접근은 훨씬 간편해졌다. 하지만 검색 결과 중 신뢰할만한 일부를 선택하고 살펴보는 판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AI는 사고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기술적 한계로 어쩔 수 없이 능동적인 사고 과정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이제 질문만 있다면 그럴듯한 답변을 바로 얻는다. 우리는 AI에게 사고할 기회를 내주고 사고를 외주화하게 되기 너무 쉽다.

Q. 그렇지 않은 AI도 나오지 않을까?

물론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칸아카데미의 칸미고가 그런 예이다. 학습자가 질문을 해도 바로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해당 학습자에 맞는 적절한 힌트와 질문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도와준다. 이런 AI를 사용한다면 사고를 확장하는게 자연스러운 방향이 될 것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AI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 내에 보다 많은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이 능력으로 간주되는 현대 사회에서, 가능한 최소한의 인지적 노력을 들이려고 하는 성향(Cognitive Miser Theory)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지금 당장 답을 주진 않지만 사고 과정에 함께하여 궁극적으로 도움되는 AI를 쓰려고 할까? 아니면 유저가 원하는 답변을 본인 마음에 들게 쏙쏙 바로 내주는 AI를 쓰고자 할까?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설혹 AI 답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사람일지라도 이에 대한 검증이 매번 실패로(즉 답변이 맞고 적절한 수준을 넘어 내 생각보다 좋은 경우) 끝나는 경험이 반복될 때도 이러한 자세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테다. 작금의 간단한 추천 알고리즘에 기반한 쇼츠로도 우리 뇌는 중독되고 조종되고 있는데 나의 모든 이력과 취향을 아는 AI가 내가 듣기 좋은 답변을 쏙쏙 내놓는다면 그 과정에서도 사고를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결국 사고를 돕는 AI는 경쟁에서 밀려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AI가 지금보다 더 은밀하고 즉각적으로 우리 삶에 침투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AI는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된 상품이다. 이 자금을 회수하려면 어떻게든 유저 사용 횟수와 시간을 늘려야 한다. 지금이야 우리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만 곧 AI는 개인의 취향이나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고 직접 물어보기도 전에 먼저 우리가 필요한 것을 알려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육계의 꿈인 '개인화', '맞춤형' 학습이 개인이 가장 사고하지 않게 만드는 기술이 될 수 있다.

Q. 쓰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거 아닌가?

그렇다. 지금도 AI를 통해 단순 정보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고를 무한히 확장하는 제2의 뇌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전에도 어떤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은 채로 추천받은 책을 찾아 그대로 베꼈을 테고, 생각하지 않은 채로 검색 결과 최상단 문서를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AI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사고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인류 역사상 첫 지성체다. 통제해줄 똑똑한 부모와 교사 밑에서 AI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 새로운 격차가 생겨날것은 자명하다.

Q. 그래서 AI를 교육에 활용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AI를 쓰지 않으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설혹 쓰지 않으려 해도 아이들 삶의 거의 모든 곳에는 AI가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즉 AI를 쓰지 않는건 선택지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결론은 비슷하다. AI를 어떻게 사용하게 할지를 교육해야 하다는 것. 하지만 그냥 교육해야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우리를 잡아먹지 않도록 교육과정부터 모든 제도적, 사회적 차원의 규제와 노력이 너무 시급하다는 것. AI를 당장의 학습에 어떻게 도움되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 잘 사용하고 잘못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부분을 가르치는게 훨싼 더 시급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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